발에 대한 묵상 / 정호승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16-03-22 00:36 조회5,284회 댓글0건

본문


25043F3C5582900D2963F2

 

저에게도 발을 씻을 수 있는
기쁜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길 없는 길을 허둥지둥 걸어오는 동안
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뜨거운 숯불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고
절벽의 얼음 위를 허겁지겁 뛰어오기도 한
발의 수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발에게 감사드립니다
굵은 핏줄이 툭 불거진 고단한 발등과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은 발바닥을 쓰다듬으며
깊숙이 허리 굽혀 입을 맞춥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가슴을 짓밟지 않도록 해주셔서
결코 가서는 안되는 길을 혼자 걸어가도
언제나 아버지처럼 함께 걸어가주셔서 감사합니다
싸락눈 아프게 내리던 날
가난한 고향의 집을 나설 때
꽁꽁 언 채로 묵묵히 나를 따라오던 당신을 오늘 기억합니다
서울역에는 아직도 가난의 발들이 밤기차를 타고 내리고
신발 없는 발들이 남대문 밤거리를 서성거리지만
오늘 밤 저는 당신을 껴안고 감사히 잠이 듭니다

 

2446EA3E55829114284BCA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詩) 게시판 목록

Total 85건 4 페이지
시(詩) 게시판 목록
  • 그를 보내며 / 한용운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8:39   6005회     추천    비추천
  •    그가 간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오, 내가 보내고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간다.그의 붉은 입술, 흰니, 가는 눈썹이 어여쁜 줄만 알았더니 구름 같은 뒷머리,실버들 같은 허리, 구슬 같은 발꿈치가 보다도 아름답습니다.…
  • 어느날 / 김상옥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8:19   6171회     추천    비추천
  •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 춘설(春雪) / 정지용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7:56   6982회     추천    비추천
  •   문 열자 선뜻!먼 산이 이마에 차라.우수절(雨水節) 들어바로 초하루 아침,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어라.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아아 꿈같기에 설어라,미나리 파릇한 새순 …
  • 초봄이 오다 / 하종오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7:34   5937회     추천    비추천
  •  산수유 한 그루 캐어 집에 옮기려고산에 가만가만 숨어들었다.나무는 뿌리를 밑으로 밑으로 내려놓았겠지.자그마한 산수유 찾아 삽날을 깊숙이 꽂았다.이제 한 삽 뜨면 산에게서 내게로 올 게다.겨울 내내 집안은 텅 비고 날 찾아오는 이 없었어.이제 마당귀에 산수유 …
  • 해당화 / 한용운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7:15   5298회     추천    비추천
  •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봄은 벌써 늦었습니다.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야속한 봄…
  • 봄 / 이성부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6:55   4654회     추천    비추천
  •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을 들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 산에 언덕에 / 신동엽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6:37   4913회     추천    비추천
  •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화사한 그의 꽃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맑은 그 숨결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그…
  • 발에 대한 묵상 / 정호승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6:18   5285회     추천    비추천
  •  저에게도 발을 씻을 수 있는기쁜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여기까지 길 없는 길을 허둥지둥 걸어오는 동안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뜨거운 숯불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고절벽의 얼음 위를 허겁지겁 뛰어오기도 한발의 수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
  •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5:53   5834회     추천    비추천
  •    7월은 나에게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하얗게 피었다가질 때는 고요히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꽃은 지면서도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대 할 …
  •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건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5:26   5444회     추천    비추천
  •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입니다나의 빈자리가 당신으로 채워지길 기도하는 것은 아름다움 입니다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즐거움 입니다라일락의 향기와 같은 당신의 향을 찾는 것은 그리움 입니다마음속 깊이 당신을 그리는 것은 간절함 입니다바라…
게시물 검색
2025년 08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08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0 75,0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