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 모음> 이해인의 '봄의 연가' 외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16-04-19 11:50 조회25,533회 댓글0건

본문

<봄 시 모음> 이해인의 '봄의 연가' 외 

+ 봄의 연가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나른한 봄날

봄 햇살에 나무들이
기지개를 켠다

전봇대에 참새들도
하품을 하는지
짹짹거린다

바람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신이 났는지
새싹 하나를 잡고
춤을 춘다
(남혜란·아동문학가)


+ 봄이 온다네 

어둠이 주눅들고 
굳은 마음이 녹고 
세상이 따뜻해지는 
봄이 온다네 

땅엔 희망이 일고 
나무엔 소망이 돋고 
구름엔 사랑이 실려있는 
봄이 온다네 

산골의 처마야 
제비 맞을 준비하여라 

희망의 들판아 
봄의 아름다움을 펼쳐라 

새싹에서 삶을 찾고 
햇살에서 힘을 찾아 
기쁨의 봄노래 부르세 

랄라라 랄라라 
희망의 봄노래 

랄라라 랄라라 
봄이 온다네 
(김태현·태안중 1)


+ 봄 

봄이 온다고 별일 있겠습니까
밥 그런대로 먹으면 되고
빚도 늘면 늘지 줄지 않겠고
꽃 피기 시작한다고 소문 돌면
저승꽃 화창하게 만발할 테고
진작 귀먹고 그리운 사람은 불러도
딴전 부릴 테고
다아 지금처럼도 괜찮습니다
다만, 길거리에서 오줌 마려울 때
항상 굳게 잠긴
정류장 앞 건물 화장실만이라도 열려
시원하게 일 볼 수 있는
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춘화·시인)


+ 봄날은 간다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김종철·시인, 1947-)


+ 봄의 소식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이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狂症)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신동엽·시인, 1930-1969)


+ 아내의 봄

아내의 이름 끝 자는
맑을 숙(淑)

한자 모양이 예쁘고
어감도 참 좋다

그래서일까
나이 쉰을 훌쩍 넘고서도

여전히 영혼이 맑고
소녀같이 꽃을 사랑한다

같이 길을 걷다 꽃을 만나면
반갑다며 한참 들여다본다.

평소 화장을 하지 않는 아내가
봄이면 달라진다 

열 개의 손톱
열 개의 발톱마다

연분홍 매니큐어 
곱게 칠한다 

너무 예쁘다
꼭 진달래꽃 같다

아내는 꽃의 영혼을
제 몸에 새기고 싶은가 보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詩) 게시판 목록

Total 115건 2 페이지
시(詩) 게시판 목록
  • 모닥불 — 백석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684회     추천    비추천
  • 모닥불이란쓸쓴 것이라,아무 것이라도 혼자서지피는 것이라.바람이 불면더욱 잘 타는 것이모닥불이라,누구나 꿈을 꾸는 것이라.어둠 속에서도붉게 타오르는 것이모닥불이라,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것이라.- 백석 -
  • 청포도 — 이육사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652회     추천    비추천
  •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은 고이 간직한푸른 포도 알처럼맑고 고운 꿈을 닮아 있다.아, 입술이 타고 목이 마르는이 여름날의 갈증을청포도 알로 식혀 보리라.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육사 -
  • 절정 — 이육사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713회     추천    비추천
  •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언덕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한 발을 딛고 서서다시 둘을 뗄 수 없는 이마지막.아, 이 겨울의 絶頂은마침내 내게로 왔다.- 이육사 -
  •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607회     추천    비추천
  • 알 수 없어요.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을 알 수 없어요.사랑하는 까닭을 모르는 것이진정한 사랑인가 봅니다.당신은 나의 마음을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합니다.그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사랑하는 마음은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알 수 없어요.그저 당신이 좋아…
  •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621회     추천    비추천
  •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한 줄 시를 적어 볼까.땀과 같이 애증이 녹아 있는 시,나의 가난한 사랑의 고백 같은 시.어머니 같은 누나 같은가난한 이웃의 노래 같은 시.눈물과 같이 건강한 시,그것은 한 방울의 물보다깨끗한 …
  • 별 헤는 밤 — 윤동주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611회     추천    비추천
  •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벌써 아기 어머…
  • 참회록 — 윤동주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688회     추천    비추천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나는 또 한 줄의 참회를 써야 한다.그때 그 젊은…
  • 산유화 — 김소월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608회     추천    비추천
  • 산에는 꽃 피네꽃이 피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피네.산에산에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새야 새야파랑새야날아와 앉지 마라꽃을 흔들지 마라.- 김소월 -
  •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618회     추천    비추천
  • 엄마야 누나야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모래알이자갈돌도굴러다니는강변 살자.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
  • 초혼 — 김소월  
  • 최고관리자   2026-06-15 23:50:51   598회     추천    비추천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허공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입에 쓰닿은 입술에 닿닿은그리운 목소리여!내 사랑은 내 사랑은가고 없는 이름이여!아아, 시든 손을 귀에 대고나는 나는 먼 데서 울고아아, 그 이름은 그 이름은들리지도…
게시물 검색
Donation

Coinbase
Robinhood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글이 없습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