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지화 (逆鱗之禍)

페이지 정보

관리자 작성일08-11-10 12:54 조회6,250회 댓글0건

본문

세상 사람은 모두 약점을 가지고 산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건들거나 떠들어대면 수치심을 넘어서 분노에 이르기도 한다. 만약에 누군가 취중 농담이든 진담이든 내가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문제를 화제 삼아 꺼낸다면 가만 있겠는가? 어쨌든 자신의 약점을 떠벌린 사람에 대하여 적개심을 표시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복수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약점을 함부로 건드리면 결국 큰 화를 입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바로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역린지화(逆鱗之禍)'다.



'용이란 동물은, 온순하여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도 있다(柔可狎而騎也). 그러나 그 목덜미 아래에 한자 길이 정도의 거꾸로 난 비늘인 역린이 있는데(其喉下有逆鱗徑尺), 사람이 이것을 잘못 건드리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여 버린다(則必殺人)'라고 한비자는 적고 있다.

한비자를 쓴 한비(韓非)라는 지식인은 당시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정책을 군주에게 설득하는 유세객(遊說客)이었다. 그런데 유세객이 자신을 써줄 군주를 설득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때로는 자신이 설득하려고 하는 군주의 심기를 잘못 건드려서 원하는 벼슬자리를 얻기는커녕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유세객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군주를 설득하고 그를 감동시켜야 했다. 말 한마디에도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해야 했다.


그래서 한비는 한비자의 세난(說難) 편에서 '용에게 건드려서 안 될 비늘이 있듯이 설득하려고 하는 군주에게도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이 있다(人主亦有逆鱗).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아야 자신의 유세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說者能無�人主之逆鱗則幾)'라고 강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상대방의 역린(逆鱗)을 찾는 데 혈안이 되고 있는 시대 같다. 상대방의 가장 취약한 약점을 건드리는 것이 승리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노사(勞使) 간에 문제의 본질을 내버려둔 채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화해는커녕 철천지원수(徹天之怨�)가 되어 끝장 보기로 상황을 몰고 가는 것이나, 정치가 균형을 저버리고 오로지 상대방의 약점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화(禍)가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인터넷 누리꾼들이 무차별적이고 치명적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 역시 파멸과 단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부모가 자식을 혼낼 때나 시어어니가 며느리를 혼낼 때라도 상대방이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을 함부로 건드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상사를 모시는 직원이 윗사람의 역린을 건드린다면 회사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할 것이며, 반대로 아무리 윗사람이라도 아랫사람의 역린을 잘못 건드리면 부하들의 신뢰를 잃고 그들 마음속에 복수심이 커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조직을 책임진 장군 역시 자신의 감정을 처리할 줄 알아야 하고 냉철한 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하들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거나, 잘못을 직접적으로 추궁하기보다는 우회하여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한다. 일명 '우직지계(迂直之計)'의 철학이다. 우회(迂)하는 것이 비록 힘들지만 직접(直)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 일이 힘들고 봉급이 적은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자신의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리더 밑에서 마음을 바쳐 일할 사람은 없기 마련이다. 용에게 역린(逆鱗)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역린이 있기 때문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좋은글 목록

Total 148건 12 페이지
좋은글 목록
  • '그래도' 살아..  
  • 관리자   2008-11-13 10:28:26   5153회     추천    비추천
  • 오래도록 나 역시 결핍감을 추진력으로 하여 살아왔을 것이다. 그 결핍감을 메우려는 욕망을 마음의 동력 장치로 삼아 현시적인 무엇인가를 성취해왔다. 질투는 나의 힘, 분노는 나의 에너지, 콤플렉스는 나의 추진력..... 다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인정받고자 하는 …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  
  • 관리자   2008-11-13 10:27:26   5009회     추천    비추천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때때로 가슴을 다 비워 낸 것처럼 한없이 헛헛하고 참으로 쓸쓸한 일이지 사람이 사람의 마음 한 쪽 얻어내는 일 그 또한 외롭고 참으로 쓸쓸한 일이지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게 한 순간에 부질없어지고 말아도 그래도 사람은 사람을 찾고 사람은 사람의 …
  • 그날 이후 나는 강철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 관리자   2008-11-13 10:26:07   5323회     추천    비추천
  • 히스테리 환자의 대부분은 추억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프로이드여자는 자신의 감정선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사람을 쉽게 놓지 못하니까.그 선이 느슨해져서 아무 감각이 없을때, 가슴이 또다른 사랑에 들뜨기 시작할 때라야, 그를 놓아줄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그래도 괜스레 우울한…
  • 머피의 법칙은 우연이 아니다?  
  • 관리자   2008-11-10 12:59:14   5663회     추천    비추천
  • 세상일은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고 한다. 버터를 바른 면이 항상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거나 하필 내가 선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든다거나 하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  
  • 관리자   2008-11-10 12:57:14   5402회     추천    비추천
  •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잔업’ 때문에 제시간에 퇴근을 못하고, 회사에 남아있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제시간에 훌륭하게 끝내놓고 나머지 시간을 업무가 아닌, 다른 일에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
  • 역린지화 (逆鱗之禍)  
  • 관리자   2008-11-10 12:54:10   6251회     추천    비추천
  • 세상 사람은 모두 약점을 가지고 산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건들거나 떠들어대면 수치심을 넘어서 분노에 이르기도 한다. 만약에 누군가 취중 농담이든 진담이든 내가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문제를 화제 삼아 꺼낸다면 가만 있겠는가?…
  • 희망·용기’ 북돋는 말 자주하라  
  • 관리자   2008-11-10 12:52:02   5864회     추천    비추천
  • 인간관계는 사회생활의 출발이자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다.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담엔 ‘좋은 인간관계’의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좋은 인간관계를 통해 형성된 다양한 인맥이 성공의 밑걸음이 됐다는 말이다.그렇다면 좋은 인간관계, 다양한 인맥을 맺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
  • 100점짜리 인생을 만드는 법  
  • 관리자   2008-11-10 12:49:59   5662회     추천    비추천
  • 인생을 100점짜리로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요?자~알파벳에 순서대로 숫자를 매겨보십시오.A=1, B=2, C=3... Z=26 이런 식으로 말이죠그런 다음 어떤 단어의 알파벳에 매겨진 숫자를모두 더해 100점 되는 단어를 찾습니다.A B C D E F G H…
  •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어.  
  • 관리자   2008-10-30 08:51:58   6327회     추천    비추천
  •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어.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치스럽게 자란 사람이야. 뼈져리게 가난을 겪어본 사람은 행복 같은 건 돈으로 살 수 있는 거란 걸 알아. ...너도 이제 알았을 거야.불행하게 자란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정…
  • 용서하라는 건  
  • 관리자   2008-10-30 08:50:07   5510회     추천    비추천
  •     용서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잊으라는 뜻은 아니야. 죄 자체를 없던 일로 하자는 뜻도 아니야. 복수는 증오심을 키울 뿐이지만 용서는 널 자유롭게 해줄 거야. 용서하라는 건 너 자신을 위해서야,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게시물 검색
2025년 12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12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0 86,700
건강지키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0 1,0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